Instability Isolation Architecture Report
본문
불안해지는 날이 있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경고음이 울린 것도 아니다.
전기는 들어오고
기기는 작동한다.
머리로는
“아무 문제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은 먼저 불편해진다.
이 불안은
문제 때문이 아니다.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 남아 있는 감각이다.
이때 사람은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대부분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불안은
고장에서 오는 신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이 상태는 불안정이 ‘발생한’ 상태가 아니라
불안정이 확산되지 않도록 분리된 상태에 가깝다.
기술 구조에서는
이를 Instability Isolation이라고 부른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그 영향이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구간을 나눠 격리하는 구조다.
이 구조의 특징은 단순하다.
외부에서 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출력은 유지되고
기능은 정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흐름이 달라져 있다.
그래서 시스템은
더 큰 이상이 오기 전에
불안정한 영역을
조용히 분리한다.
사람의 감각도
이와 매우 비슷하게 작동한다.
생활은 그대로인데
느낌만 달라진다.
문제는 없지만
편하지 않다.
그래서 설명하기 어려운
막연한 불안만 남는다.
이건
망가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확산을 막고 있다는 신호다.
이 글은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점검을 권하지도 않고
행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고장이 아닌데도
불안해지는 날이 있다면
그건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니라
불안정이
아직 통제되고 있다는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을
기록해 둔다.
이 블로그는
문제를 고치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이미 작동하고 있는 구조를
조용히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