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껐는데도 집이 조용해지지 않는 날

(Noise Reduction Architecture Analysis)

전기를 모두 끄고 나왔는데도
집이 완전히 조용해지지 않는 날이 있다.

TV도 껐고
조명도 껐고
멀티탭도 내려놨다.

소리가 나는 기기는 없다.
눈에 보이는 문제도 없다.

그런데도
집이 잠들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상한 건
이 느낌이 “소리”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장은 아닌 걸 알고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예민해졌나?”
“괜히 신경 쓰는 건가?”
“원래 이런 거였는데 내가 몰랐던 건가?”

실제로 점검해 보면
고장 난 기기도 없고
경고등도 없고
차단기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

즉,
문제는 없다.

그런데
조용해야 할 집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느낌만 남는다.


소리는 없는데, ‘잔존감’은 남아 있다

이 상태는
소리가 남아 있어서가 아니라
흐름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을 때 자주 나타난다.

전류는 차단됐지만
전기가 지나갔던 흔적,
전기 신호가 오가던 경로,
장비 내부에서 정리되지 않은 미세한 상태들이
집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순간이다.

사람은
이걸 정확한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

대신 이렇게 느낀다.

“집이 아직 깨어 있는 것 같다.”


조용함과 안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소리가 없으면 안정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스템에서는
조용함과 안정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소리가 없어도

  • 미세한 전기적 흔들림
  • 잔여 신호
  • 정리되지 않은 흐름

이 남아 있으면
공간은 ‘정지’가 아니라
미완의 상태로 남는다.

이때 사람의 감각은
소리보다 먼저
공간의 상태 변화를 감지한다.

그래서
“조용한데 편하지 않은 집”이 된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고장이 아니다

이 글은
어떤 기기가 문제인지 말하지 않는다.

수리 방법도 제시하지 않는다.
체크리스트도 없다.
조치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왜 이런 날에
사람이 집을 더 의식하게 되는지를
구조 관점에서 기록할 뿐이다.


Noise Reduction Architecture Analysis

기술 구조에서는
이런 상태를
Noise Reduction Architectur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구조는
“소음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잔여 흐름이 시스템에 남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요한 건
소리가 들리느냐가 아니라
흐름이 완전히 정리되었는가다.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은
대부분 고장이 아니라
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날이 생긴다

전기는 껐는데
집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날.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순간.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태가 끝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날이다.


이 블로그는
문제를 고치지 않는다.

다만
왜 이런 순간에
사람의 감각이 먼저 반응하는지를
구조로 기록한다.

이 글은
그 기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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